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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 (癡情) 2

남녀 간에 사랑으로 생기는 온갖 어지러운 정.

   

      정국은 식사를 마치자 마자, 윤기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제 소유니까 건들지 말라는 태형의 말은 이미 머릿속에서 망각된 지 오래였다. 책을 읽고 있었던 모양인지, 윤기는 놀라 급하게 책을 덮었다. 책 표지 위로 얹어진 윤기의 손 마디가 붉었다. 정국은 윤기의 앞에 쭈구려 앉아, 뺨을 갈겼다. 이 집에서만 맞는 뺨만 몇 번째인지.


“넌 또 어디서 굴러 들어온 새끼야?”

“....”

“참 대단해, 울 아빠도.”

“....”

“설마, 어디 사창가에서 온 새끼는 아니지? 아니라면 미안한데, 생긴게 워낙 창놈처럼 생겼어야지.”


방금 제 손에 맞아 불그스름한 양 볼을 잡고 양 쪽으로 돌려본 정국이 말했다. 꽤나 세게 힘을 줬던지, 안에 고인 피에 윤기가 퉤, 하며 피를 뱉었다. 그 순간에 하필 정국이 자길 이용하라던 말이 생각이 나서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그래, 태형아. 나 한 번 올라가 보자. 너 한 번 이용해 보자고. 


“정국아. 우리 키스 한 번 할까?” 


      민윤기가 전정국과 가만히 지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전정국도 민윤기를 가만히 두진 않을 거고. 아까 보니 윤기를 꽤나 마음에 들어하던 눈치던데. 정국이 마음에 들 때 하는 행동은 두 개다. 초등학생 마냥 괴롭히거나, 아님 들이대거나. 둘 중 하나인데 민윤기한테는 분명 전자일 것이다. 그 애가 손 마디가 붉은 것만 보면 꼭지가 돌아버려서. 

      전정국은 아버지의 친 아들이다. 그러니까,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들. 전정국이 3살 때, 나는 4살 때 만났다. 나는 어머니의 외도로 생긴 아이였는데,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나를아들로 받아 주셨다. 정국이 어렸을 때 이 집에 발 들인 탓인지, 정국은 나와 자기가 정말 친형제인 줄 안다. 정국은 아버지의 성을 따서 전, 나는 어머니의 성을 따서 김 씨라고 알 것이다, 아마도. 

나는 아버지에게 항상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어머니께서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것 중 하나다. 아버지께 감사하라고. 당연했다. 난 아버지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누가 아내의 외도로 데려온 어린 아이를 친아들처럼 키우겠는가. 다만 나는, 권력을 쥐기 위해 손에 피를 묻히시며 회사를 키우는 아버지의 모습이 소름 끼치게 역겨울 뿐이었다. 전정국이 권력에 목 매 달고, 돈에 집착하는 걸 보면 아버지의 아들이란 게 여과 없이 보여지기도 했다. 

남들이 보면 이해 안 갈 것들 투성이었다. 셋 형제 다 성이 다른 것도 모자라, 한 명은 다른 한 명을 좋아한다니.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홍차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하고 테라스로 나와 석양을 바라 봤다. 민윤기네 방은 조용했다. 전정국이 민윤기네 방으로 들어간 것 같았는데 그새 나간 건지, 아님 저 안에서 다른 무언가라도 하는지. 내겐 알 턱이 없었다. 또 다시, 민윤기 생각이 피어 오른다. 


      간만의 식사 자리였다. 아버지를 중심으로 깔끔한 금색 톤의 식탁보가 깔려진 직사각형 모양의 테이블에 가족 모두가 앉았다. 사실 모두라 한들, 민윤기와 나, 전정국과 어머니가 다였지만. 의도치 않게 민윤기와 전정국이 마주보게 되었지만 둘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윤기야.”

“네, 어머니.”

“내일부터 셋 같이 학교 가기로 해. 태워다 주실 거야.”


네,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끝으로 식사 자리 내내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조용히 식사를 끝낸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태형도 곧이어 일어섰다. 그런 둘을 바라보던 정국도 슬며시 일어났다. 


“나중에 들를게.”


어디에 들른다는 건지, 주어가 빠져 있었지만 둘은 약속이라도 한 마냥 물어보지 않았다.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곤 방으로들어갔고 태형도 방 안으로 들어 가려다 정국에 의해 멈췄다.


“뭐야, 너.”

“뭐가.” 

“지금 몰라서 물어?” 

“뭐가 문젠데.”


씨발! 너 뭐 때문에 민윤기 감싸고 도는 건데? 정말 그 창놈하고 섹스라도 했어? 목에 핏대까지 서서 주먹으로 벽을 친 정국이 태형을 노려봤다. 태형의 입에서 실소가 터졌다. 정국은 속이 뻔히 보였다. 지금 정국은 불안한 거다. 충혈된 눈과 흥분해서 감정 통제가 안 되는 모습이 그걸 증명 시켜 준다. 태형은 아무 말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 태형에 정국은 얼빠진 듯 멍하니 서 있다가 윗층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그래, 내가 이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지. 그런데 왜 이렇게불안한 거야, 왜.... 


    어느새 누가 붉디 붉었단 하늘에 검은 물감을 끼얹은 것 마냥 진득한 어둠이 깔리고, 보석을 붙여 놓은 것 마냥 별들이 반짝 거릴 때 태형이 손으로 머릴 짚으며 찻 잔을 들고 테라스로 향했다. 내가 뭘 하면 좋을 지 생각 중이었다. 


“윤기야.”

“....”

“윤기야.”

“...아직 안 잤냐.”

“그러는 넌.”

“네가 불러서.”


눈을 비비며 걸어 나온 윤기에, 태형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내가 불면증 있다고 그랬잖아. 아주 지독한 불면증. 


“건너가도 돼?”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태형은 홍차를 다 마셔 버리곤 연보라색 실크 잠옷을 휘날리며 윤기 방으로 향했다. 늦은 시각도아닌데, 집이 이상하리만큼이나 조용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윤기의 곁으로 몸을 날린 태형이, 윤기의 이불에 코를 박았다. 민윤기 냄새나.... 

서로를 지긋이 바라 보다가, 태형이 먼저 윤기에게 입을 맞췄다. 입술에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에 태형이 혀로 윤기의 입술을 핥았다.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받는 윤기에 태형이 아예 몸을 돌려 윤기의 위에서 질척거렸다. 양 볼을 손으로 감싸고 아이가 젖병을 물듯이 세게 혀를 빨아 들이는 태형에 윤기가 호흡이 딸리는지 옅은 신음을 뱉었다. 살짝 입술을 떼고태형은 바로 윤기의 목덜미에 다시 입술을 가져다 댔다. 혀로살살 핥고는 입술을 뗐다. 하늘색 잠옷 셔츠 단추를 풀는 태형이 조급해졌다. 아예 뜯어 버릴까, 생각하다가 관뒀다. 끝까지 풀고 나니 보이는 하얀 몸에 태형의 머릿속도 하얘졌다. 툭 도드라진 쇄골에 이를 박아 넣곤 죽일 듯이 빨았다. 혀로 핥짝거리기도 하고 이로 잘근잘근 씹었다. 새하얗던 연한 살에 붉은 꽃이 피었다. 쇄골 말고 다른 곳에도 -예를 들면 옆구리나 유두, 허벅지 안쪽 살이나 엉덩이 같은- 새기고 싶었지만 아끼자, 는 마음으로 관뒀다. 윤기의 입술에 살짝 입만 맞춘 후 윤기의 옆에 누웠다. 윤기가 단추를 채우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 같아선 정말.... 괴롭히고 싶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박으면서 위로는 제 혀와 손가락으로 괴롭히고 싶었다. 어느새 단단해진 제 아랫도리가 느껴져 배가 당겼다. 이걸 풀어야 하는데, 싶을 때 윤기가 뒤에서 태형을 감싸 안았다. 


“그거, 안 풀어도 돼?”

“....야, 민윤,”


태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기는 뒤에서 단단해진 태형의 성기를 붙잖았다. ....아, 마디가 붉은 윤기의 손이 제 것을 만진다 생각하자 정신이 혼미했다. 위아래로 쓸어지자 느껴지는 쾌락에 정신을 잡기도 전에 툭, 묽은 액체가 흘러져 나왔다. 뭐야, 너 조루야? 하는 민윤기의 농담이 들렸지만 기분이 나쁠 겨를도 없었다. 빠르게 방을 빠져 나와 화장실로 향했다. 사람이 정말 이럴 수 있나, 싶었다. 민윤기 때문에 되는 일이 한 가지도 없었다. 

씨발. 속옷이 제가 저지른 액으로 흥건했다. 이걸 보자 또 민윤기가 생각난다. 얼굴에 묻히고 싶다, 밖에 생각이 안 난다. 내가 이리도 변태 같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요 근래, 민윤기 생각이 안 났던 적은 한 순간도 없었다. 특히 야한 생각을 하면 더 그랬다. 민윤기 생각만 하면 제 것이 고개를 슬며시 드는데, 그것 땜에 미칠 지경이다. 당장이라도 쑤셔 박고 싶은 걸 일말의 자존심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결국화장실에서 남은 흥분까지 가라 앉히고 난 다음에야 민윤기네 방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었다. 


“잘 처리했냐.” 


담담하게 물어오는 민윤기에, 쪽팔림과 민망함이 뒤섞였다. 괜히 아무 말 없이 이불을 끝까지 올리자, 민윤기가 이불을 걷어내서 잘 처리했냐고 다시 되물었다. 먼저 이 짓거리를 시작한 건 난데, 어째 민윤기가 더 재미를 붙인 모양이었다. 휘두르려는 사람은 나였는데 내가 휘둘리게 생겼다. 아까 정말,그냥 끝까지 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휘두를 수 있었을까. 했지만, 그래도 휘둘리는 사람은 나였을 게 분명하니까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민윤기.”

“왜.”

“그냥. 잘 자라고.”

“...그래, 너도.”


밤은 깊었다. 옆에서 미약하게 색색 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분명 밤인데 밖에서는 노을이 지는 것만 같다. 몸이 편안해 진다. 이 집에 와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였다. 옆에 누운 윤기의 얇은 몸을 껴안았다. 세게 껴안으면 으스러져서 재가 될 것만 같아 약하게 껴안았다. 내가 어쩌다 이런 인간이 됐을까, 윤기야. 

밤은 깊었는데, 도통 잠은 안 왔다. 정말 민윤기에게 구라친 것처럼 불면증인 온 건가. 네가 내게 불면증인 걸까, 윤기야. 한동안 방 안을 어슬렁 거리다가 방을 나왔다. 이대로 있다간밤을 샐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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